
전작권 전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감당할 군대가 먼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대한민국 안보정책에서 오래된 논쟁이다. 노무현 정부, 2007년 미국은 전작권을 2012년 4월17일 한국에 넘기기로 했으나 2010년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시점을 2015년 12월1일로 미뤘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2013년 재차 연기를 요청하자 미국은 시기를 정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2026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1분기를 목표로 반환할 것을 미국 의회에서 밝히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그 앞에는 다시 "조건 총족"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누군가는 이를 자주국방의 완성으로 보고, 누군가는 한미동맹 약화의 출발점으로 우려한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을 단순히 찬반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이 사안을 지나치게 좁게 보는 일이다. 전작권 전환이 언젠가는 진행될 것이다. 다만 그것은 감정적 자주나 반미의 구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쟁 상황에서 스스로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어야 한다.
현 체제는 위기 시 의사결정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작전통제권은 특정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현재 한미 연합방위체제에서 평시 작전통제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전작권은 전시에 한미안보협의회의와 한미군사위원회회의를 통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제한된 권한이라고 정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작권 문제가 단순히 군사 기술적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가 되어 한미 양국 정부의 승인 아래 지정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자동적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관된다. 즉,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시 상황임을 공동으로 인정해야 작동한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이를 전시로 규정하지 않는 한, 해당 상황은 평시 작전의 영역에 남게 되고 한국군은 단독적 작전 판단의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표면적으로는 한미 양국의 공동 승인 구조다. 그러나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부터 전시인가”를 판단하는 문제 자체가 정치적 갈등이 될 수 있다.
현대전은 과거처럼 명확한 선전포고로 시작되지 않는다. 사이버 공격, 국지도발, 핵 사용 위협, 북한 내부 급변사태처럼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 위기가 늘어나고 있다. 이때 전시 판단과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결단이 된다. 필자가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전쟁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 판단과 지휘구조 속에서 한국의 의사와 책임이 더 명확히 반영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 상황에서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지휘체계는 앞으로 더 복잡한 외교·군사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종연구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대만 위기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대만 유사시 한국군은 한반도 방어에 전념한다는 선에서 한미 간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논의는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미국의 모든 세계전략에 한국군이 자동적으로 연루되는 구조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군이 전시 연합방위를 주도하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한국은 중국을 향해 한미동맹이 어디까지나 한반도 방위를 위한 방어적 동맹이라는 명분을 더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맹의 목적과 범위를 선명하게 만들어 한국의 외교적 자율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전작권 미전환 상태의 안보 비용도 작지 않다
흔히 전작권 전환에는 막대한 안보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군은 독자적인 지휘통제체계, 감시정찰 능력,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능력, 군수 및 전쟁지속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도 결코 작지 않다. 미국 중심의 작전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한국군의 독자적 전구작전 능력 발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의 안보 선택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이 주장은 단순히 “전작권을 전환하면 돈이 덜 든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전작권 전환은 단기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국군의 지휘통제, 정보감시정찰, 타격, 방어, 군수 능력을 스스로 구축하게 함으로써 안보 비용의 결정권을 한국이 되찾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국방부와 정책브리핑이 설명하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도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을 주요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비용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안보 주권을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전환점: 그러나 한국군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반전이 있다.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 해서 당장 무턱대고 전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이 아니라 안보 공백이 될 수 있다. 전작권은 단순히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감당하는 것이다. 지휘권을 갖는다는 것은 전쟁의 책임을 진다는 뜻이며, 책임을 진다는 것은 판단하고, 지휘하고, 버티고, 승리할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현재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정책브리핑은 이 평가가 기본운용능력, 완전운용능력, 완전임무수행능력의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을 미래연합군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지휘구조 기본안이 합의되었다고 정리한다. 즉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해체가 아니라, 한국군이 연합방위의 주도권을 더 크게 맡는 구조적 변화다.
하지만 한국군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 학술지 『국방정책연구』에서도 미래연합사 체제가 현 합참-연합사 체제의 이원화, 한국군 지휘구조의 비효율성, 미래연합사 내부의 권한 문제, 유사시 미군 증원의 불투명성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전작권 전환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전환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 한국군 내부의 지휘구조와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관련해 지휘통제, 감시·정찰 자산, 화력자산, 전쟁지속능력뿐 아니라 드론, 인공지능, 첨단 과학기술이 반영된 전구작전 수행능력이 필요하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전작권 전환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군 내부의 준비 부족일 수 있다. 한국군은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하는 차원을 넘어, 전쟁 전체를 설계하고 조정하고 지속할 수 있는 지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전작권은 속히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급하게 완료되어서는 안 된다. 목표 시기는 필요하다. 조건만 말하다 보면 전환은 영원히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 시기가 정치적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 전환의 기준은 선거 일정이나 정부 임기가 아니라 한국군의 실제 능력이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대한민국 안보의 다음 단계다. 한국은 더 이상 안보의 최종 책임을 외부 지휘구조에 맡겨둘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미중 전략경쟁은 심화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세계전략은 언제나 한국의 이해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은 전작권 전환을 통해 동맹 안에서 더 책임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보 주권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능력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전작권은 돌려받아야 한다. 그러나 돌려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감당할 군대를 만드는 일이다. 전작권 전환은 목적지가 아니라 시험대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안보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문턱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준비 부족이다.
| 배승훈 서현일보 칼럼니스트











